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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park/News & Article

음악으로 공간에 테마를 부여하는 작곡가…이성빈

음악으로 공간에 테마를 부여하는 작곡가…이성빈
[해럴드경제 08.07.21]

이성빈(33)씨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테마파크 전속 작곡가’다.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 가면 어디서나 쉬지 않고 공간에 따른 고유의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이중 80% 이상이 이씨의 창작초연곡이다. 삼성에버랜드 파크기획팀 소속인 그의 역할은 음악으로써 공간에 빛깔을 입히는 일이다.

“청각적인 효과만으로도 색다른 재미를 주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게 제 몫이죠.”

테마 공간에 따라 분위기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그가 만드는 음악의 장르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장미꽃이 흐드러진 ‘로즈가든’을 걸을 때 흐르는 클래식풍의 음악, 풍차가 돌아가고 튤립이 만발한 ‘포시즌스가든’의 ‘홀랜드빌리지’에 등장하는 네덜란드 민요풍의 노래, 빙글빙글 돌아가는 놀이기구 ‘렛츠 트위스트’를 탈 때 귓가에 울리는 트위스트 음악, 워터파크 ‘캐리비안베이’에서 물놀이객들을 들뜨게 하는 강렬한 리듬의 라틴음악이 모두 그의 손끝에서 태어났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우리가 느끼는 감흥의 상당 부분이 청각적인 효과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지만, 선진국에서는 사운드 디자인이 공간설계나 이미지 메이킹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대형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 체인점에만 가도 자체 제작한 음악을 트는 경우가 흔하다. 저작권의 문제도 있지만 음악을 통해 고유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목적이 더 크다.

그는 서울예대 실용음악과를 졸업한 뒤 다큐멘터리나 교재용 음악을 주로 작곡하다가 2년 여 전부터 에버랜드 테마파크 전속 작곡가로 둥지를 틀었다.

그간 작곡한 곡만도 150곡이 넘는다. 한창 바쁠 땐 3일에 1곡씩 공장에서 찍어내듯 새로운 곡을 만든 적도 있었다. 덕분에 1,488,000㎡에 이르는 거대한 공간의 상당 부분은 고유한 테마 음악을 갖게 됐다.

이런 열정이 빛을 발하는지, 요즘엔 에버랜드 테마 음악을 CD나 MP3파일로 구할 수 없냐는 문의가 적잖게 들어온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 지식인에까지 질문이 올라올 정도.

하지만 그의 음악은 특정 공간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이곳에 와야만 들을 수 있고, 음반 역시 기념품숍에서만 판매한다.

이씨는 테마 음악에 대한 인식 부족이 못내 안타깝다.

“어딜 가나 똑같이 최신 유행가를 틀어대는 것을 보면 갑갑하죠. 겉모습만 색다르게 만들어 놓았지 고유성이 없는 것이니까요. 음악은 단순히 귀를 즐겁게 하는 하는 수준 이상으로 정신까지 표현해내는 도구입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것도 더 확대된 차원의 사운드 디자인이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비밀이란다.

“말로는 설명이 안 돼요. 직접 그 공간에 와서 들어봐야 안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