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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park/News & Article

테마파크 '거대한 애물단지' 안 되려면

테마파크 '거대한 애물단지' 안 되려면
[조선일보 독자칼럼 08.08.19]

최근 국내에 미 할리우드의 유니버설스튜디오와 같은 대형 테마파크 조성계획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테마파크 산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상당하다보니 각 지자체에서도 테마파크 유치를 위해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무분별한 개발 계획과 중복투자가 이뤄질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일본도 1980년대 이후 테마파크 건설 붐이 불었으나 1990년대 초반 버블 붕괴와 함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1987년도부터 2000년까지 무려 11개의 테마파크가 도산한 경험이 있다.

또 하나 우려되는 점은 건설사, 금융기관, 투자자 등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테마파크 건설이 철저한 분석과 계획 하에 이뤄지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기초공사인 '테마'에 대한 고민과 설계가 부실해지기 쉽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려면 다음과 같은 점에 유념해야 한다.

첫째, 테마파크를 조성하기에 앞서 초기 기획과 설계 즉, 마스터플래닝이 이뤄져야 한다. 지역특성 및 트렌드를 철저히 분석한 다음 하나의 문화적 테마를 먼저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테마를 정했다면, 테마를 구현하는 일관된 태도를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 놀이기구, 레스토랑, 쇼핑몰, 숙박시설 등 모든 시설이 테마에 맞게 지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여기에 어트랙션과 문화상품을 첨가해 테마파크를 조성한 다음 문화홍보 이벤트, 문화상품 판매 등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국내 테마파크는 테마가 정해지기도 전에 건설 계획부터 발표되고 차후에 부족한 부분을 각종 놀이기구, 쇼핑몰 등으로 채워나가는 식이 대부분이었다. 전체 테마가 일관성이 없고 동선을 고려하지도 않는 테마파크는 결국 관람객들의 만족도를 저하시키고 수익성까지 떨어뜨리게 된다.

둘째, '한국 관광산업의 취약점은 콘텐츠'라는 지적에서 보듯, 테마파크를 채울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많이 발굴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현재 흥행에 성공한 영화나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 등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많다. 할리우드에서 잇따르는 한국영화의 리메이크 계약이 단적인 사례다. 이런 콘텐츠들을 테마파크, 어트랙션, 문화상품과 같은 다양한 문화산업에 활용할 기회가 생긴다면 지속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셋째, 관람객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테마파크를 조성한 후에도 트렌드에 맞는 어트랙션을 정기적으로 도입하고 관람객들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각종 이벤트를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 관람객들의 지속적인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4D 입체 영상관이나 에듀테인먼트 영화관 등 새로운 요소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테마파크는 어떻게 준비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판타스틱 월드'가 될 수도, '거대한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 체계적인 마스터플래닝, 양질의 콘텐츠 개발, 지속적인 사후관리가 동시에 이뤄진다면 성공적인 테마파크 조성은 물론 한국 문화를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문화콘텐츠 확보도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