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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디즈니랜드·국왕에게 위안 찾아

일본, 디즈니랜드·국왕에게 위안 찾아
[09.02.03 내일신문]

디즈니서 행복·안도감, 불황에도 방문객 늘어
국왕, 청렴결백·온정의 상징 … 권한강화 제기

금융위기 여파 속에서 삭막함을 느낀 일본인들이 디즈니랜드에서 위안을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또 도덕적 청렴결백의 상징인 일왕에 대한 인기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프랑스 시사주간 ‘쿠리에엥떼르나시오날’이 최근 보도했다.

◆지난해 입장객 2650만명 사상 최대 = 요즘 일본 ‘도쿄디즈니랜드’는 방문객들로 가득하다. 경기불황이 무색할 정도다. 2008년 입장객 수는 사상 최대였다. 해양 테마파크 ‘디즈니 시’를 포함해 총 2650만명이 다녀갔다. 입장객당 평균 지출비용이 1만엔(약 15만6000원)인 것을 고려하면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상당한 사치임이 분명하다.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일본의 경제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 12월 후생노동성 통계에 따르면 해고의 칼바람을 맞은 비정규직이 3월까지 8만5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중 상당수가 회사 기숙사에서도 쫓겨나 엄동설한을 거리에서 보낼 처지에 몰렸다.
중소기업들은 엔고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리고 정부와 경제전문가들은 ‘잃어버린 10년’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치적 상황도 불안정 하다. 고이즈미·아베 두 총리가 연이어 사임했고 여러 민감한 사안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정부는 신뢰를 잃었다.
이런 불안정한 상황에서 디즈니랜드란 꿈의 나라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하는 이들이 증가하게 됐다. “적어도 디즈니는 정치 지도자들이 주지 못하는 정신적 평안과 안정이란 가치를 제공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 일본 사회전문가는 풀이했다.

◆미키마우스도 대공황 때 인기 얻어 = 미국문화 전문가인 마사코 노토지 도쿄대학 교수는 “디즈니랜드는 스스로를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하고, 아직 모든 것이 괜찮다고 위안을 찾을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또 “스스로가 돈과 여가시간을 가질 여력이 있으며 가족이나 연인 혹은 친구와 이곳을 디즈니를 찾음으로 해서 자신이 고독하게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고 덧붙였다.
재미있는 점은 디즈니를 상징하는 미키마우스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도 바로 1929년 대공황 초기였다는 사실이다. 미키마우스 캐릭터가 사람들에게 위안을 줬기 때문이라는 것이 디즈니 측의 설명이다. 도교디즈니 건설에 참여했던 노토지 교수는 “1983년 처음 문을 연 도쿄디즈니랜드는 45년 패전 이래 빠른 재건과 성장을 달성하고자 고군분투해온 일본에게 성공의 표상으로 인식됐다”면서 “개관일 이후 빈국의 이미지는 더 이상 현실이 아닌 추억의 저편으로 멀어졌다”고 지적했다.

◆“왕을 국가수장으로 하는 민주국가 설립” 요구 = 정치·경제 불안정으로 아키히토 일왕에 대한 인기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기로 미국식 모델에 대한 의구심과 회의가 확산 된데다, 국민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주면서 신뢰를 잃은 정치인과는 달리 일왕은 도덕적 청렴결백, 베풂과 온정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치적 개입을 하지 않는 국왕의 역할을 강화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간사장은 “국왕은 일본의 자존심”이라면서 “헌법을 수정해 왕을 국가 수장으로 하는 민주국가를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이부키 후미아키 전 자민당 간사장 역시 “시장경제의 피할 수 없는 폐해를 막기 위해서 전통적 가치로 돌아가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되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의원은 “어느 날 어긋난 생각을 가진 지도자가 나타날 경우 왕가가 방패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