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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속 호황' 누리는 디즈니월드

'불황 속 호황' 누리는 디즈니월드
[09.02.02 etnews]


2005년’과 ‘2009년’의 미국 체감 온도는 극과 극이다. 2005년 뉴욕 증시와 나스닥은 활활 타올랐다. 2009년 미국은 대량 실업 사태와 집값 폭락으로 흉흉한 사건사고 소식까지 전한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미국 주가는 반 토막 이하로 추락했다. 그렇다면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테마파크의 천국’ 미국 올랜도에 있는 ‘디즈니월드’의 표정은 어떨까. 불황에 직격탄을 맞는다는 레저공간이지만, 놀랍게도 4년 전 이곳을 찾았을 때와 비교해 별 차이가 없었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엇비슷해 보였다.

◇불황에도 북적이는 디즈니 왕국의 비밀은=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있는 디즈니월드는 ‘미키 마우스의 창시자’ 월트 디즈니의 평생 꿈으로 탄생한 별천지다. 대표적인 디즈니월드의 테마파크인 ‘매직 킹덤’. 동화나라를 재현해 놓은 듯한 거리와 40여개의 어드벤처도 4년과 비교해 그대로고, 관람객도 여전히 북적였다. ‘빅 선더 마운틴 레일로드’와 같은 인기 종목을 즐기려면 줄을 서야 했고, 퍼레이드가 펼쳐지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불황으로 관람객이 줄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한 안내원은 “평일이라 오히려 사람이 없는 편으로 봐야 한다”면서 “크리스마스와 연초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월드가 크게 붐볐다”고 말했다. 미국 경기 상황과 맞지 않는 디즈니월드의 풍경을 이해하는 단서를 제공한 것은 택시 운전사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으로 싱글벙글하던 흑인 운전사는 “내 평생에 이렇게 지독하게 경기가 나쁜 것은 처음”이라면서도 “그래도 최근 (미국) 북부 사람들이 (따뜻한) 올랜도로 내려오는 바람에 숨통이 좀 트였다”고 말했다.

‘불황 중 호황’이라는 말은 디즈니월드를 두고 하는 말이다. 디즈니월드는 호시절 해외로 빠져나갔을 내국 관광객 덕분에 상대적으로 특수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었다. 플로리다주 대표 일간지인 올랜도센티넬은 래리 유 교수(조지 워싱턴대 관광비즈니스학)의 말을 인용해 국내 관광을 즐기려는 수요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 휘발유값 하락은 올랜도가 타 지역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 큰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2005년과 달라진 것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고소득 층으로 알려진 백인 관광객이 자주 눈에 띈다는 점이다. 4년 전 디즈니월드는 히스패닉계를 필두로 다양한 인종으로 붐벼 다민족 국가인 미국을 실감케 했었다. 전 세계적인 경기 한파로 해외에서 올랜도까지 오는 관광객이 줄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불황 중 호황을 누리는 현상은 일본인 관광객이 늘어난 도쿄 디즈니랜드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실제 지난해 전 세계 디즈니 테마파크와 리조트의 수입은 8% 증가한 115억달러로 나타났다.

◇방심은 금물, 온갖 묘수 짜내기 혈안=물론 그냥 되는 것은 없다. 경제 위기가 워낙 커서 반짝 호황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디즈니는 내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갖가지 프로모션과 할인 정책을 만들어내는 데 여념이 없다. 디즈니월드는 ‘할인 행사’를 꺼리기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 다른 테마파크를 구매하면 호텔을 할인해준다거나 심지어 테마파크 1일 공짜표도 준다. 무료 숙박 제공도 있다.

디즈니가 올 상반기 야심차게 내놓은 프로그램은 ‘4+3’. 디즈니 리조트에서 4박을 하면 3박을 무료로 받아 총 7일을 올랜도에서 보낼 수 있다. 여기에다 특정일에는 200달러 디즈니 선물카드를 준다고 선전하고 있다. 숙박은 공짜지만, 일단 디즈니월드를 찾은 관광객이 밥을 먹거나 각종 기념품과 캐릭터 상품을 구매한다면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디즈니의 계산이다. 리조트나 테마파크는 놀려 두면 손해기 때문이다. 디즈니월드뿐만이 아니다. 라스베이거스·하와이 등 미국의 대표적인 관광 도시에서는 값싼 패키지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는 게 현지인들의 귀띔이다.

월트 디즈니의 속타는 심정은 현지 뉴스로 확인됐다. 지난달 20일 월트 디즈니는 미국 테마파크 사업부 소속으로 이사 또는 부사장 이상의 직급을 가진 600명의 고위급 임원을 대상으로 한 좋은 조건의 명예 퇴직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명예퇴직 권고 대상에는 올랜도 디즈니월드 소속 313명도 포함된다. 디즈니는 몇 명까지 실제로 구조조정을 할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목표가 달성되지 않으면 더욱 낮은 조건에서 강제 퇴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디즈니의 승부수=디즈니는 이달 14일 올랜도에 ‘디즈니 아메리칸 아이돌 익스피어리언스 쇼’ 극장을 연다. 디즈니가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한 올해의 승부처다. 미국에서 큰 인기를 모은 스타발굴 TV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의 예선전이 매일 일곱 차례 열린다. 좌석은 1000여석. 최다 매일 7000명의 관람객 추가 모집을 기대해볼 수 있다.

1965년 월트 디즈니가 버려지다시피 한 올랜도의 황무지를 사들이며 꿈의 도시 건설을 그렸다. “이곳에 도시를 세우면 멋지지 않을까요? 교통체증도 스모그도 빈민촌도 없는 미래 도시 말입니다.” 올해에는 디즈니월드가 그 꿈에 얼마나 더 다가갈지 조심스럽게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