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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동차판매의 이상한 보유 지분 확대

대우자동차판매의 이상한 보유 지분 확대
[매일경제 08.09.06]




옛 대우그룹의 적자로 불리는 대우자동차판매(이하 대우자판). 주력인 자동차 유통업 말고도 건설 부문은 연매출 5000억원대를 기록한다. 여기에 우리캐피탈의 금융 부문까지 가세하며 그룹의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는 알짜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대우자판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경기침체 여파로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소폭 줄어든 것.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의 심리는 싸늘하다. 상당 기간 대우자판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기관과 외국인들이 잇따라 대우자판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여기에 ‘회사에 악재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일반 투자자들의 우려까지 가세해 주가는 맥을 못 추고 있다. 대우자판의 주식은 지난해 10월 5만원을 넘나들며 고공비행을 펼친 것과는 대조적으로 올 7월에는 2만원대마저 무너지는 등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우자판을 둘러싼 최근의 궁금증들을 정리해봤다.

대리점연합회 주식 매입 속내는?






8월 19일 대우자판주가 요동쳤다. 대우자판 소속 전국 대리점들이 200억원 규모의 대우자판 지분을 8월 30일까지 장내에서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200억원은 전국 288개 전 대리점이 그동안 매월 판매 수수료 중 일정 금액을 적립했고 대우자판이 대리점이 적립한 금액의 일부를 투자 장려금으로 출연해 온 비용으로 마련됐다.

지건열 대우자판 경영재무담당 상무는 “회사 직속은 아니지만 회사 사정을 가장 잘 아는 분들이 적지 않은 주식을 매입하는 만큼 시장에도 긍정적인 메시지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반대로 흘렀다. 8월 말 현재 대우자판 주식 가격은 1만8000원대를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추가 하락을 우려한다.

이런 가운데 나중에 실언이라고 인정했지만 일부 대리점주가 ‘주가가 하락하면 회사에서 어떤 식으로든 보전해줄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쳐 불안심리라는 불에 기름을 부었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외국인들은 물론 기관도 ‘팔자’에 나서며 한때 주가는 일시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지건열 상무는 “이런 루머들로 금융감독원에서 전화까지 받았지만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상장회사가 장내 매입한 주식을 두고 손실보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배임행위에 해당하는 만큼 어떤 고려도 하고 있지 않다”고 단호한 입장을 내비쳤다.

‘손실보전’ 루머는 단순 해프닝

증권 전문가들도 이는 단순 해프닝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남경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손실보전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시나리오”라며 “한순간의 루머로 증시가 흔들릴 만큼 불안심리가 팽배해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라고 말했다.

서둘러 진화에 나선 쪽은 대리점주들이다. 대우자판 산하 전국 대리점 대표들의 친목단체인 전국대리점발전협의회(이하 전발협)의 김복식 회장은 “지난해 평균 4만원대였던 주식이 2만원 이하로 내려왔다는 것 자체가 호재라고 봤다”라며 “주가 추이와 관계 없이 매입 이후 회사와 공동운명체라는 생각이 각 점주들에게 더욱 강하게 각인된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제기가 잇따르는 것은 취약한 지분구조 탓이라는 지적이 비등하다.

대우자판은 종업원지주회사 성격으로 전 직원들이 우리사주조합 보유분을 포함해 10%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동호 사장(3.1%)과 우호지분(8%)을 모두 합치면 총 30% 내외가 이동호 사장 영향권에 있다.

하지만 대우자판은 아주그룹의 주식 매집과 매도에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8월 현재 보유지분 8.57%)이 한때 10% 이상 지분을 매입해 위기감이 도는 등 그간 지분 구조의 취약함을 그대로 드러내왔다.

지건열 상무는 “선진국의 대기업들도 경영권 확보의 최소 지분은 15% 정도다. 그런 점에서 이동호 사장의 경영권은 우호지분을 포함하면 훨씬 견고하다”라고 말했다.

실적 부진 지속?

최근 실적과 관련한 우려심리도 그간 주가 하락에 반영됐다. 대우자동차판매의 2분기 매출액은 755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3.1% 감소, 영업이익 역시 12.7% 감소한 217억원을 기록했다.

주력인 자동차 판매 부문은 물론 건설 부문의 고전이 눈에 띈다.

자동차 판매 부문의 이종열 상무(서울1본부장)는 “고유가 여파로 고매출 차량인 토스카와 윈스톰의 판매부진이 결정적인데다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타타자동차의 상용차 역시 화물차주들이 구입을 유보하면서 상반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안 좋았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동차 유통산업 자체가 이미 포화상태에다 경기 민감도가 상당히 높은 부문인 만큼 전문가들은 크게 걱정할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안상준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상반기 소비부진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악재인 만큼 이미 주가에 충분히 선반영된 것으로 본다”라며 “하반기 GM대우의 신차 발표, 미쓰비시자동차 등 수입 자동차 판매 확대 등으로 실적은 예년과 다르지 않게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안’ ‘엑소디움’ 등으로 대변되는 주택건설 부문의 둔화가 눈에 띄는 것도 경기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우자판의 건설 부문 매출액은 2006년 5733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했지만 2007년에는 5052억원으로 줄어든 데다 비중도 15%로 떨어진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실적에서도 비중은 16.7%로 소폭 상승했으나 뚜렷한 성장세는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건열 상무는 “미래가치로 건설 부문을 바라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시티콤플렉스페이즈I 신축공사를 맡으면서 국외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 비근한 예. 송도 개발 및 인천시의 아시안게임 유치 이후 선수촌 건립 등에 결정적인 수혜주가 될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안상준 애널리스트는 “지자체 발주 사업은 지자체 소속 기업들에 할당되는 것이 원칙인 만큼 이럴 경우 인천 지역 기업으로 분류되는 대우자판이 큰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라마운트 테마파크 착공 연기?

대우자판은 미국의 영화사인 파라마운트와 손잡고 보유부지인 인천 송도 지역에 무비파크를 만들기로 했다. 자동차 판매, 건설, 금융 등 삼각구도에 이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복안을 현실화한 것. 지난 5월에는 ‘파라마운트 무비파크 코리아’ 출범식을 개최하며 사업 가시화를 본격적으로 선언했다. 이날 대우자판과 파라마운트사의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 라이선스 보유 회사인 미국의 이스트게이트엔터테인먼트(East Gate Entertainment)사는 합작 법인인 ‘피엠피(Paramount Move Park)코리아주식회사’를 출범시키면서 사업의지를 강하게 어필한 것이다.

그간 대우자판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대우자판이 보유하고 있는 송도 부지의 장부가액만 5300억원 상당이다. 8월 현재 대우자판 시가총액이 52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대우자판의 보유자산 가치만으로도 알짜회사임이 드러난다.

여기에 1조원 내외의 투자금을 마련해 52만㎡(15만7000평)에 달하는 테마파크를 열고 인근 보유부지 43만㎡(13만평)에는 주상복합 단지를 조성한다면 기대 수익은 수조원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것이 회사는 물론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테마파크 착공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서서히 고개를 들면서 주가 약세에 한몫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5월 출범식 이후 이렇다 할 후속 절차들이 표면화되지 않은 데다 테마파크 인근 보유 부지에 주상복합 단지 조성을 인천 지역 시민단체들이 반대하면서 인천시에서 사업을 1년가량 지연할 것이란 루머가 설득력을 얻었던 것이 사실.

지건열 상무는 “영화 테마파크 사업이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시도되는 만큼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돌려보고 있다. 이 사업 자체의 투자규모가 방대해 의사결정만큼은 완벽하게 하려 해 지체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시의 허가권과 관련, 마찰이나 생각의 차이가 있어 늦어지는 것은 아니다. 11월이면 착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천시 입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승환 인천시 관광개발담당 주사는 “인천시 내부 심의는 끝났고 9월 말에 경기도에서 도 단위 과밀억제 관련 심의를 통과하는 등의 절차가 남아있다. 송도 테마파크는 원래 있던 공원부지를 다시 활용하는 것이므로 타당성 평가 등에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 계획대로라면 11월이면 착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확인해줬다.

남경문 연구원은 “테마파크와 인근 주상복합 조성은 따로 떼놓고 봐야한다”라며 “테마파크의 착공이 먼저 이뤄지고 이어 주상복합이든 상업용지 개발 형태 등으로 뒤따를 테지만 원론적으로 인천시의 도시개발계획이 2012년까지 순차적으로 계획돼 있어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우자판 향방은?






세간의 루머를 불식시키기 위해 대우자판은 사업부문별로 명확한 사업모델을 제시하려는 움직임이다. 지난 8월 26일 우리캐피탈 렌터카주식회사를 계열사에 추가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금융 계열사를 통해 렌터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으로 이는 향후 대우자판의 신성장동력을 다각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아울러 향후 우리캐피탈 내 카드 사업 신규 진입, 렌터카에 이어 리스 사업에도 참여하는 등 금융 관련 사업모델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쓰비시 등 수입차 판매 확대






최근 확대되고 있는 수입차시장에도 적극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판매를 도맡았던 캐딜락, 사브 외에도 자회사인 메트로모터스, 에이엠모터스 등을 통해 미쓰비시는 물론 아우디, 폭스바겐, 볼보 등도 병행수입·판매할 예정이다.

지건열 상무는 “순차적으로 우리캐피탈 상장, 송도 주상복합 부지 기부채납 문제 해결 등을 통해 성장동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모르는 사업에 손댈 것이 아니라 잘 아는 사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 인터뷰 | 김복식 전국대리점발전협의회 회장

"회사 발전 낙관 확신해 장기 보유할 것"






▷ 대리점주들이 주식을 매입한 배경은.

- 대리점들이 대우자판 자동차 판매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직영이 아닌 만큼 사업자 대 사업자라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공동운명체인 것이다. 이를 보다 공고히할 수 있는 것이 주주로 참여하는 길이라는 생각이다. 주주가 되면 책임경영을 요구할 수 있고 입지를 좀 더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1년 전부터 회사에 주주로 참여해볼 계획이라고 논의를 해왔다. 하지만 당시에는 주가가 높아 감히 엄두를 못 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몰라도 대우자판 주가가 최근 2만원대로 떨어지니까 적은 비용으로 지분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 매입하게 됐다.

▷ 항간에 이면계약서가 있다는 루머가 퍼졌는데.

- 장내 매입인데 이면계약이랄 것이 뭐가 있겠나. 두 달에 한 번씩 지역대표들이 하는 운영위원회에서 추인을 받아서 단계적으로 매입한 것으로 어불성설이다. 회사에서 주식 매입 이전과 이후에 더 달라지거나 한 것도 없다. 그간에도 전발협에서 개선 사항을 얘기하면 회사가 가급적 의견을 많이 수용하는 편이었으므로 큰 문제는 없었다. 앞으로도 상생 협력 외에 다른 것을 바라지 않는다.

▷ 주식 보유는 얼마나 할 예정인가.

- 현재 200억원 정도 순차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8월 말이면 작업이 끝나고 추후 기금이 모이면 추가 매입을 검토할 수도 있다. 다만 원칙이 있다. 단순히 주가가 올랐다고 바로 파는 것이 아니라 5년이면 5년, 10년이면 10년 식으로 장기 보유를 할 것이다. 다만 대리점주들 중 여러 사정으로 그만 두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 부분 매각을 통해서 지급할 수는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72호(08.09.10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