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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park/News & Article

용인에 ‘괴물’이 떴다 … 롤러코스터 위 짜릿한 세상



타기 전, 돈 내고 하는 가장 바보짓이라고 생각했다.
56m에서의 수직 추락. 황천길이 이럴까? 눈물·콧물 다 뽑았다, 그런데 가슴이 확 뚫린다.

#2007 년 9월, 엘비 로브(44)를 비롯한 미국인 테마파크 리뷰 동호회(www.themeparkreview.com) 회원 50여 명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자비로 세계 각국 테마파크를 찾아다니는 ‘놀이기구광’들이다. 이들은 용인의 한 테마파크 공사장을 찾아 기념사진을 찍고 법석을 떨었다. 그리고 “1년 뒤 꼭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지난 주말, 유민주(20)씨는 자신의 블로그(blog.naver.com/fl0621)에 “드디어 탔습니다”란 시승기를 올렸다. 유씨는 2007년 8월부터 한 놀이기구의 공사 소식을 ‘중계방송’해 왔다. 테마파크를 찾은 횟수가 최근까지 근 30여 차례. 갈 때마다 사진을 찍고 공사 진척 상황을 회원들에게 전했다. 탑승 후 유씨는 “감격적”이라고 말했다.

용인이 시끄럽다. 지난여름부터 올봄 사이, 도대체 이곳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문 제의 공사장 ‘정체’는 롤러코스터였다. 최대 낙하각도 77도, 최고 속도 104㎞/h, 최고 높이 56m, 총연장 1.6㎞. ‘괴물’이다. 104㎞/h는 미국 고속도로의 제한속도(65마일), 56m는 나이애가라 폭포의 높이다. 특이하게도 차량과 바퀴, 레일을 제외한 모든 게 나무다. 우든 코스터(wooden coaster). 유럽·미국에선 ‘코스터의 원조’로 불리지만, 아시아에선 일본·인도에만 있던 기종이다. 용인의 ‘괴물’은 국내는 물론 아시아(우든 코스터 최고 속도, 높이)와 세계(우든 코스터 최대 낙하각도)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완공도 되기 전에 해외에까지 입 소문이 돌았던 건 그 때문이다.

매니어들 은 ‘괴물’의 등장에 환호한다. 하지만‘최악의 가학적인 놀이기구’라는 정반대의 평도 있다. “왜 비싼 돈 내고 몸을 학대하느냐”는 것이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임세원 교수는 롤러코스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기질을 세 가지로 분석한다. 신기한 것을 찾지만(novelty seeking), 실제 위험에 처하는 것은 피하고 싶어하는(harm avoid), 그리고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긍정적인 자극이 있으면 반복하고 싶어하는(reward dependence) 기질 때문이란다.

실제 기분이 어떨지, 오늘(14일) 정식 개장을 앞두고 기자 둘이 먼저 ‘괴물’을 타봤다. 생생한 비교 체험을 위해 맨 앞에서 한 번, 맨 뒤에서 한 번, 두 번을 연달아 탔다. 하늘이 노랬다.

글=김한별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코 앞에서 올려다본 에버랜드 T-익스프레스는 거대하다. 18층 건물 높이라는데 끝이 어디인지 까마득해 보인다. 우든 코스터 특유의 ‘부피감’도 대단하다. 한 가닥 레일만 눈에 들어오는 스틸 코스터와 달리, 촘촘한 나무 받침대 전체가 한 덩어리로 보인다. 코스터가 달릴 때 내는 소음도 갑절은 더 요란한 듯싶다. 아마도 나무 받침대 전체가 울림통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덩치에 놀라고, 소리에 질리고. 어째 조짐이 심상치 않다.

탑승장 내부는 알프스의 오래된 산악열차 역사를 테마로 꾸몄다. 벽에는 빛바랜 도면, 사진 등이 걸려 있고, 곳곳에 쓰다 만 자재와 공구들이 쌓여 있다. 모두가 재미를 위해 꾸며놓은 것들이지만, 나무로 된 코스터 구조물과 어울려 제법 그럴싸해 보인다. 얼핏 공사가 아직 다 안 끝난 듯한 느낌도 든다.

코 스터 맨 앞자리에 앉았다. 드디어 출발! 뒷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하지만 얼마 못 갔다. 리프팅 속력이 생각보다 훨씬 빨랐기 때문이다. 일반 코스터는 체인을 이용해 열차를 정상으로 끌어올린다. 철컥철컥 소리가 나고 진동도 느껴진다. 속력도 그리 빠르지 않다. 하지만 T-익스프레스는 와이어를 사용한다. 소음·진동이 적고, 빠르다. 엘리베이터처럼 한번에 ‘쑤욱~’ 끌어올린다. 심장이 두방망이질을 시작한다.

공포의 T-익스프레스 "3분이 3시간 같았다"



카메라를 껴안고 셔터를 눌렀다. 찍는 내내 정신이 없었다. 추락 직전 함께 탄 연인 남자도 무서운지 여자친구를 꽉 잡고 있다.

56m 정상. 탑승 전엔 꼭대기에 올라가면 주위 경관을 한번 둘러봐야지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눈에 안 들어온다. 머릿속은 곧 있을 ‘추락’ 생각뿐이다. 열차가 하강 포인트를 향해 우회전을 시작하면서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순간. 세상이 빛처럼 흘러가기 시작했다. 낙하각이 77도라지만 좌석에 앉은 사람에겐 직각이나 다름없다. 4.5G(Gravity Force, 중력 가속도)에 104㎞/h. 등에 쇳덩어리를 지고 번지 점프를 하는 듯한 느낌이다. 여느 코스터들은 평균 2~3G에 90㎞/h 대에 불과하다.

첫 낙하 다음부터는 한 순간이었다. 2차 낙하, 3차 낙하, 몸이 반쯤 옆으로 눕는 ‘뱅킹 커브(Banking Curve)’ 구간, 직선구간을 낙타 등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캐멀 백(Camel Back)’ 구간…. 끝날 때가 됐는데 싶으면 또 올라가고, 다 왔나 싶으면 또 떨어졌다. 여느 코스터의 탑승 시간이 1분에서 1분30초 정도인 데 반해, T-익스프레스는 3분이다. 속도나 낙하 각도는 비교할 여유조차 없었지만, 체감 탑승시간만은 확실히 길었다.

코스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반대편 승강장으로 뛰어갔다. 첫 탑승은 왠지 2%가 부족했다. 첫 번째, 두 번째 낙하는 강렬했지만 그 다음부터는 비교적 ‘무난한’ 느낌마저 들었다. 맨 앞자리에 앉았던 탓이다.

사 실 롤러코스터의 어느 자리가 더 무섭냐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가리는 것 없이 막 바로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아 앞자리가 무섭다는 사람도 있고, 어디로 끌려갈지 몰라 뒷자리가 무섭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물리학적으로 보면 정답은 뒷자리다. 롤러코스터는 최고점으로 올라간 다음 앞쪽부터 떨어지기 시작한다. 위치 에너지를 운동 에너지로 바꿔 가며 달리는 것이다. 최고점 통과(첫 낙하) 시점의 가속도는 뒤로 갈수록 높다. 최고 속력을 체험하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롤러코스터는 첫 낙하 후 열차의 질량 중심이 최저점에 도달할 때 최고 속도를 기록한다. 전체 열차 중 가장 가운데 객차가 트랙 최하단을 통과할 때다. 앞자리가 트랙을 올라가며 이 순간을 맞는 반면, 정중앙 이후 좌석은 낙하하며 이 순간을 맞는다. 당연히 뒷자리 쪽이 스릴이 높다.

두 번째 탈 때 그래서 맨 뒷자리를 골라 앉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역시 물리학은 옳았다. 맨 앞자리와 맨 뒷자리의 체감 스릴은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최고점을 통과할 땐 허공에 집어 던져지는 느낌이었고, 트랙 하단부를 통과할 땐 머리 위 구조물과 충돌할 것만 같았다. 에어타임(Air time, 엉덩이가 허공에 뜨는 무중력 상태) 강도도 훨씬 셌다. 3분 내내 도무지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승강장에 내려서자 하늘이 핑 돌았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안전 바를 움켜쥐었던 손아귀엔 땀이 흥건했다. 갈등이 일었다. “죽인다, 한 번 더!” “미쳤어, 이제 그만!”

Tip 신장 130㎝ 이상만 탈 수 있다. 한 번에 36명씩, 시간당 1500명이 이용 가능하다. 당분간은 이용객이 몰려 대기 시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에버랜드 측은 미리 뽑아 놓은 대기표 순서대로 입장하는 Q-Pass 시스템 이용을 권하고 있다. www.everland.com, 031-320-5000.

종류와 특징

롤러코스터의 역사는 그 궤도만큼이나 길고 길다. 레일·트랙을 갖춘 근대적인 의미의 롤러코스터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세기. 하지만 이미 17세기부터 얼음 썰매 형태의 ‘원시적인 코스터’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전 문가들은 롤러코스터를 크게 5세대로 나눈다. 1세대는 우든 코스터(wooden coaster). 이름 그대로 나무로 만든 코스터다. 2세대부터는 나무 대신 금속이 쓰이기 시작했다. 이른바 스틸 코스터(steel coaster)다. 금속은 단단할뿐더러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한 게 특징. 휘고, 뒤집히고, 뱅뱅 꼬인 트랙 위를 달리는 ‘정신 없는’ 코스터들이 다 이 세대에 속한다. 트랙 위에서 보여줄 수 있는 ‘묘기’ 밑천이 떨어지자 코스터는 트랙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객차가 고정돼 있는 서스펜디드(suspended) 코스터가 3세대, 객차가 회전을 하는 인버티드(inverted) 코스터가 4세대로 불린다. 최신 기종인 5세대는 하이퍼(hyper) 코스트. 속도와 높이의 ‘극한’을 추구하는 코스터다. 객차를 높은 곳으로 끌어올렸다 떨어뜨리는 전통적인 방식 대신 유압·공기압 등을 이용해 처음부터 객차를 빠르게 쏘아올린다. 항공모함에서 항공기를 발진시키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최고 속도가 100마일(약 160㎞/h), 출발 4~5초 만에 최고점에 도착한다.

다음 세대 롤러코스터는 어떤 모습일까? 전 세계 70여 개 테마파크의 롤러코스터를 타봤다는 김대석(48) 에버랜드 파크 기획팀장은 “인간이 개발할 수 있는 롤러코스터는 대충 다 나왔다고 봐야 한다”고 말한다. “높이나 스피드를 더 올릴 수는 있지만, 그럴 경우 탑승객이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롤러코스터는 “기존의 기술을 다양하게 조합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는 게 김 팀장의 전망이다.

복고 바람도 불고 있다. 대표적인 게 1세대 우든 코스터의 부활. 2000년 이후 세계 각국에 들어선 롤러코스터는 총 97개. 이 중 절반이 넘는 54개가 우든 코스터였다. 우든 코스터의 특징은 ‘아날로그’적이라는 점. 소재의 질감이 따뜻하고, 트랙 구조가 촘촘해 조형미가 뛰어나다. 스틸 코스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이와 스피드가 떨어지는 게 단점이었지만, 목재 가공 기술의 발달로 갈수록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극단적인 스피드·높이 경쟁의 대안으로 ‘우디’(woodie, 우든 코스터의 애칭)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김한별 기자

세계의 유명 롤러코스터



미국 뉴저지주의 ‘킹다 카’(사진<上>) 미국 식스 플레그 파크의 ‘수퍼맨’(사진<下>)

■ 우든(Wooden) 코스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든 코스터는 미국 오하이오 주에 있는 ‘선 오브 비스트’. 최고 속력이 125㎞/h다. 낙하 각도는 미국 뉴저지 주의 ‘엘 토로’가 76도로 1위였으나, 에버랜드 T-익스프레스가 77도로 추월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허시 파크에 있는 ‘라이트닝 레이서’는 순위에는 들어 있지 않지만 특유의 ‘재미’로 매니어들에게 사랑받는 코스터. 트랙이 두 개로 동시에 출발한 두 개의 차량이 서로 경쟁하듯 달린다.

■스틸(Steel) 코스터 현존 최고의 높이와 속도를 자랑하는 스틸 코스터는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킹다 카’. 높이 139m에 최고 속도가 205㎞/h에 달한다. 하지만 ‘무작정’ 높고 빠르기만 할 뿐 별다른 재미가 없다는 평이 많다. 트랙 구조가 단순하고 탑승 시간이 30여 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속도 세계 1위의 자리도 곧 빼앗길 전망이다. 2009년 독일에서 선보일 ‘레이스 코스터’는 최고 속도가 215㎞/h다.

■서스펜디드(Suspended)·인버티드(Inverted) 코스터 서스펜디드가 회전이 없는 반면, 인버티드는 레일의 꼬임에 따라 좌우로 흔들린다. 워낙 탑승감이 부드러워 전문가들 사이에선 ‘스틸 코스터의 벤츠’라고 불린다. 서스펜디드 중에선 캐나다 온타리오의 ‘보텍스’와 미국 캘리포니아의 ‘닌자’, 인버티드 중에서 미국 오하이오의 ‘위키드 트위스터’가 가장 빠르다.

■4차원(4th Dimension) 코스터 탑승자의 몸 위치가 가장 자주, 많이 바뀌는 코스터. 레일 아래 매달려 간다는 것은 서스펜디드·인버티드랑 같지만, 좌석이 앞뒤로 빙빙 돈다는 게 다르다. 레일도 코르크스크루, 드롭 등 다양한 형태가 섞여있다. 매니어들 사이에선 스틸 코스터 중 최고의 기종으로 꼽힌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엑스’, 일본 후지 큐 랜드의 에자나이카(ええじゃないか) 등이 유명하다.

■플라잉(Flying) 코스터 수퍼맨처럼 엎드린 채 날아가는 자세로 타는 코스터. 가장 최근에 개발된 기종 중 하나다. 미국 식스 플래그 파크의 ‘수퍼맨’이 가장 유명하다. 좌석에 누워 안전장치를 하고 나면 좌석이 트랙 아래로 뒤집어진다.

■스탠드 업(Stand up) 코스터 서서 타는 코스터. 좌석 모양이 자전거를 닮았다. 탑승 자세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앉아서 타는(sit down) 방식보다 빠르지는 않다. 주로 이색 체험을 원하는 매니어들에게 인기 있는 기종. 식스 플래그의 ‘라이더스 리벤지’가 대표적이다. 자료·사진=www.rcdb.com


오해와 진실

위험하다

▶▶ 비행기 사고의 경우와 비슷하다. 확률적으로는 희박하지만, 한 번 사고가 나면 사회적 파장이 크기 때문에 기억에 오래 남을 뿐이다. 한 해 3억1900만 명이 찾는 미국의 유명 테마파크 ‘식스 플래그’의 조사에 따르면 놀이기구를 타다 치명적인 부상을 당할 확률은 15억분의 1. 유모차나 골프 중의 사고 확률보다도 낮다. 미국 소비재안전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2001년 미국 전체 테마파크 이용자 중 입원한 사람은 총 134명, 놀이기구를 타다 사망한 경우는 2명뿐이었다. 대부분은 탑승자나 운영자가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일어났고 기계 결함으로 인한 사고는 드물었다.

몸에 안 좋다

▶▶ 심장이 안 좋은 사람이라면 그렇다. 롤러코스터를 타면 건강한 사람도 심장 박동 수가 급격히 올라간다. 당연히 심장병을 앓고 있거나 과거 병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안 타는 게 좋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이라면 상관없다. 잠깐 ‘짜릿할 정도’고, 하차하면 이내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온다. 지난해 기네스북 롤러코스터 오래 타기 세계 신기록을 세운 미국인 리처드 로드리게스는 모두 401시간 동안 연이어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가 얻는 후유증이라곤 강한 맞바람에 일광욕을 한 것처럼 피부 허물이 벗겨진 것뿐이었다.

여자가 겁이 없다

▶▶통계적으로 남자보다 여자가 롤러코스터를 더 즐겨 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유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G포스(중력가속도)를 가장 잘 느끼는 지점이 횡격막 부근에 있는데, 여자보다 남자의 위치가 조금 더 높다. 따라서 남자가 여자보다 중력가속도를 더 빨리, 더 많이 느낀다”는 제법 그럴싸한 분석도 떠돈다. 하지만 확실한 의학적 근거는 없다. 차라리 사회심리학적인 분석이 더 설득력 있다. 사회화 과정의 차이로 남자는 여자에 비해 공포를 표현하는 데 있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남자들은 겁쟁이라고 놀림받는 것이 두려워 롤러코스터 타기를 꺼린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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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3074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