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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park/News & Article

테마파크시장에도 ‘거품’

국내 테마파크 시장 정체된 가운데 대규모 투자 3건이나 몰려
“새로운 시설 공급이 신규 수용 창출” … ‘제살깎아먹기 경쟁’

다국적 영화 제작사들의 테마파크가 잇달아 한국 진출을 발표한 가운데 테마파크를 내세운 부동산 투기가 우려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14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공항 배후지 지역에 MGM 테마파크 등을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날 미국 부동산 개발사 에이쓰원더(Eighth wonders), 호주의 투자사 맥쿼리, 포스코건설 등으로 구성된 ‘에이쓰원더 레저 컨소시엄’과 영종도 국제업무단지(IBC-II) 투자유치 및 개발 마스터플랜 수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이에 앞서 지난 1월 미국의 테마파크인 MGM스튜디오, 한국의 MGM 테마파크 사업권자인 MSC 코리아, SK건설, 엠코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들과 함께 공항 주변지역에 카지노, 호텔, 테마파크, 컨벤션, 쇼핑몰 등으로 구성된 대형 위락시설을 세운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MGM테마파크(인천 영종도, 2011년 개장 목표)와 유니버설 테마파크(경기도 화성, 2012년 개장 목표), 파라마운트 테마파크(인천 송도, 2011년 개장목표) 등 다국적 테마파크의 개장일시가 모두 비슷한데다가 지리적으로 가까운 수도권 서부 지역에 집중돼 테마파크 콘텐츠보다 부동산 투기 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관광객 유치. 환상 커 = 국내에 진출할 다국적 테마파크들은 급증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해 한국에서 사업을 벌이겠다는 계획이다.
이재희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 중산층이 한번은 오고 싶은 곳으로 위락단지 개발을 준비하겠다”며 “한국이 관광입국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새로운 시설이 공급되면 신규 수요를 창출할 수 있어 국내 관광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과 인접해 있지만 중국의 해외 관광객 대부분은 홍콩과 마카오 등 중화권에 집중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종합유원지시설협회에 따르면 2005년 2572만명의 사람들이 국내 12개 테마파크를 찾았다. 이는 2004년 2629만명보다 2.17% 줄어든 수치다.
에버랜드나 롯데월드 서울랜드 등 주요 테마파크 외에 지방 테마파크는 입장객 증가율이 정체되거나 감소하고 있으며, 중소 테마파크의 경우 추가 투자와 개보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외도 테마파크 입장객 증가가 미미한 수준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04~2005년 일본의 테마파크 입장객 증가율은 평균 1.5%,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1.65%에 불과하다. 더욱이 일본에서도 지방 테마파크의 연쇄도산이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내 테마파크 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신규 시설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은 지나친 기대감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치가 논의 중인 3개 테마파크 중 한 곳만 문을 열거나 단계적 테마파크 개장이라면 시장이 커질 수 있지만, 비슷한 시기 유사 시설이 들어선다면 제살깎아먹기 경쟁이라는 결과를 불러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현 가능성 누구도 장담 못해 = 다국적 테마파크의 한국 진출 소식에도 불구하고 국내 테마파크 업계는 시큰둥한 표정이다. 과거에도 이와 같은 발표가 있었지만 실현된 바 없고, 고객을 유치하는 콘텐츠보다는 부동산 개발이 위주인 사업으로 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MGM의 경우 다른 지자체에 진출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가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며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경우 한국 파트너가 유니버설의 라이센스를 가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 사업 실현성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MGM의 한국 파트너인 MSC 코리아는 MGM의 사업권을 가지고 있는 반면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한국 파트너인 USK사는 사업권을 갖고 있지 않다.
특히 이날 발표한 MOU 내용은 실제 투자 내용이 아닌 사업계획을 작성하는 것으로 착공을 하기까지 많은 난관이 남아 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에이쓰원더 컨소시엄과 MGM테마파크 컨소시엄이 각각 사업계획을 세우고 국내외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며 “공사에서는 이들 사업 제안을 검토해 추진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유니버설과 MGM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대우자판이 추진하고 있는 송도의 파라마운트 테마파크가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우자판의 정인돈 과장은 “지난해 12월 파라마운트와 본 계약을 체결하고 파라마운트 테마파크를 운영할 수 있는 각종 지적재산권의 사용허가권을 얻었다”며 “부지를 이미 확보하고 인허가 단계를 밟고 있어 하반기에는 착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시장에서 불확실한 경쟁이 치열하다면 누가 먼저 선점하는가가 중요하다”며 “투자 계획이 가장 확실한 파라마운트 테마파크의 경쟁력이 가장 높다”고 주장했다.

◆지나친 유치경쟁도 문제 = 각 지방자치단체가 앞 다퉈 테마파크 유치 실적을 낳기 위해 뛰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MGM은 부산광역시와 경기도 시흥시 등에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한 바 있지만 관련 지자체가 준비과정에서 사업진행 과정을 언론에 공표해 사업이 무산된 바 있다.
부산지역의 경우 MGM 테마파크 추진이 알려지면서 지가가 10배 가까이 뛰었고, MGM은 초기 투자비 상승을 이유로 사업을 포기했다. 지자체의 실적 위주 과열경쟁이 국내 관광산업에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역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
정부차원에서도 유니버설 테마파크 지원이라는 당근을 섣불리 내놓은 점도 문제다.
이명박정부는 지난 3월 28일 관광경쟁력 활성화 대책회의를 통해 경기도 화성에 유니버설 테마파크가 들어올 경우 각종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만일 파라마운트나 MGM 등 업체들이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지원을 요구할 경우 거절하기 쉽지 않다. 특히 국내 업체들의 역차별 논란을 낳을 수도 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