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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기구를 하루 200번 타는 사람

놀이기구를 하루 200번 타는 사람
[09.06.17 동아일보]

롯데월드 개장시간인 오전 9시 30분. 일찍부터 개장을 기다린 사람들은 제일 먼저 스릴러 놀이기구인 ‘스페인 해적선(바이킹)’, ‘아틀란티스’로 뛰어간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롯데월드 놀이기구 개발(마스터플랜팀)을 담당하고 있는 최원기 과장(46·롯데월드)이다. 그는 롯데월드에서 21년째 근무하고 있다. 그 중 놀이기구 개발업무만 11년 차인 ‘놀이기구 헌터’ 베테랑이다. 최 과장은 자신에게 1,000번, 2000번의 놀이기구 탑승 횟수는 우습다고 말한다.

‘놀이기구 헌터’는 말 그대로 놀이기구를 사냥하는 것이다. 놀이기구 시장이 발달한 미국 또는 유럽의 유명 테마파크를 돌며 직접 타보고 분석한 후 국내에 들여온다.

현재 국내에서 전문적으로 놀이기구를 선별하고 도입하는 ‘놀이기구 헌터’를 하는 사람은 열 명 내외다. 그만큼 ‘놀이기구 헌터’라는 직업은 생소하다.

롯데월드의 대다수 놀이기구는 그의 감각을 거쳐 태어났다. 최 과장이 지금까지 롯데월드에 들여온 놀이기구만 20여개. 그는 500억 원이 넘는 ‘파라오의 분노’, 30억 원의 ‘자이로스윙’, 320억 원의 ‘아틀란티스’ 등 고액의 놀이기구들을 수입했다.

최 과장은 놀이기구의 유지비와 인기도를 보고 그 중 떨어지는 파트를 교체 계획한다고 한다. 이어 청소년형(스릴러)와 가족형, 어린이형 놀이기구 중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판단하고 그에 맞는 해외사례와 잡지 또는 소식지 등을 통해 최종 결정을 한다. 놀이기구는 다양한 놀이기구 시장을 갖추고 있는 미국과 유럽 테마파크에 직접 가서 타보고 안전성, 공포도 등을 체크한 뒤 수입한다.

최 과장은 새로 도입되는 놀이기구를 제일 처음으로 타고 조정 작업을 한다. 제작사 엔지니어가 타지 못하게 하는 경우에도 탄다고 한다. 그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면서 완성이 되는지 느껴야한다”면서 “조정과정을 알아야 완성도가 높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조정 작업과 시운전 테스트를 위해 ‘아틀란티스’를 하루 200번 이상을 탄 적도 있다고 말했다. 11년째 ‘놀이기구 헌터’를 하고 있는 그에게 어떤 놀이기구를 몇 번이나 탔냐고 물어보기엔 질문이 너무 무의미했다.

또 최 과장은 도심에 위치한 롯데월드의 한정된 공간에 최고의 효과를 내기 위해 이미 만들어 놓은 ‘놀이기구 기성품’이 아닌 ‘맞춤형 놀이기구’도 만들어 수입하고 있다. 롯데월드 야외에 설치된 ‘아틀란티스’와 ‘자이로스윙’도 맞춤형이다. 최 과장은 야외 테마파크에 위치한 호수를 감안했다. ‘자이로 스윙’은 진자 운동과 회전 운동을 통해 놀이기구를 호수 쪽으로 쏠리게 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만들어냈다. 또 ‘아틀란티스’는 놀이기구의 레일을 호수 변에 설치해 급발진을 통해 호수로 빠졌다가 나오는듯한 느낌을 줄 수 있게 만들었다.

최 과장은 스릴감을 높이기 위해 제작사와 함께 레일의 동선을 직접 그려 만든 ‘맞춤형 라이더’라며 “이 이상의 놀이시설을 낼 수 있을까”라고 자부했다.

그렇다면 ‘놀이기구 헌터’ 의 베테랑이 가장 애정 가는 놀이기구는 무엇일까?

당연 인기도를 확연히 느낄 수 있는 스릴러 놀이기구를 꼽을 줄 알았다. 하지만 최 과장은 몇 개월 전 도입한 가족형 놀이시설인 ‘로티트레인’을 꼽았다. 그는 “‘아틸란티스’도 애정이 가지만 자기만족으로 보자면 ‘로티트레인’이다”고 답했다. ‘로티트레인’은 롯데월드 실내에서 가족끼리 조그만 기차를 타고 도는 놀이시설이다.

최 과장은 “처음에는 스릴 있는 기구들을 찾았다. 하지만 지금은 부드럽고 가족끼리 즐길 수 있는 놀이기구를 찾게 된다”면서 “‘로티트레인’은 가족형 공원으로써 획을 그은 시설이다”고 말했다.

최 과장에게 놀이기구를 탄다는 것은 재미가 아닌 좋은 느낌들을 구별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그는 “놀이기구를 타면 그 느낌이 몸에 전부 느껴진다. 바퀴가 돌아가는 느낌 또는 놀이기구가 올라가는 느낌들이 하나하나 몸으로 전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천적이기 보다는 직업적으로 대하다 보니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놀이기구 제작이 주로 해외 제작사와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아쉬운 점은 없을까?
최 과장은 “국내에서 제작하시는 분들이 기술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장성이 없어서 못하는 것이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IT 강국인 만큼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쪽인 인터렉티브 쪽으로 개발을 해서 세계 시장에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한편 지난 2006년 롯데월드 안전과 직원이었던 20대 남성이 떨어져 숨졌던 ‘아틀란티스’ 사고에 대해 최 과장은 “굉장히 안전한 놀이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안전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불미스러운 사고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안전벨트를 확인하지 않고 출발해 일어난 사고였다. 최 과장은 “그 사고로 마음이 좋지 않았다”면서 “아무리 직원이라도 놀이기구에 탑승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바꾸고 더 철저히 안전교육을 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최 과장은 “롯데월드는 안전성을 까다롭게 점검 후 허가해주는 TUV라는 독일 단체로부터 인정받은 놀이기구들을 수입한다”고 설명했다. 또 “70명으로 구성된 정비팀은 아침 7시부터 개장 전인 9시 30분까지 각 놀이기구들의 제작사 매뉴얼에 따라서 점검을 매일 실시”하며 “평균 6개월에 한 번씩 기계를 세워놓고 정밀점검을 한다”고 말했다.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제 2롯데월드’ 개발을 앞두고 어떤 놀이기구들을 봐두었는지 살짝 물어봤다. 최 과장은 “현재 계획은 잠실 롯데월드를 테마파크로 계속 확장하고 더 많은 시설들을 도입해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다”며 “제2롯데월드에는 놀이형 테마파크보다는 관람물들을 많이 두어 차별화를 둘 계획이다”고 답했다.

동영상보기 및 원문주소 : http://etv.donga.com/view.php?idxno=200906170022484